신주쿠 사건 리뷰
90년대 아시아를 강타한 경제위기. 너도 나도 아메리카 드림을 외치며 미국을 향했던 과거처럼, 동아시아 경제 위기아래 중국인들의 일본 밀입국은 일본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뉴스였습니다. 영화는 이런 90년대 일본 밀입국을 하는 어선이 난파된 바다의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철두(성룡)는 밀입국선을 타고 좌초된 배에서 탈출해 가까스로 육지로 들어오죠. 불법체류자의 신세로 도쿄의 중심지까지 가까스로 들어와, 끊임없는 단속을 피해다니며 중국인들이 모여산다는 오쿠보에 겨우 도착합니다.
일본에서도 이주민들이 모여사는 오쿠보 지역, 중국인들의 근거지에서 처음 체류 생활을 시작하는 철두에게는 가족이 생깁니다. 자신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도 할 '제'를 비롯해 함께 막노동판에서 일하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동포들이 함께 사는 가족이나 다름없죠.
도쿄에서 불법이주민의 신세라는 것은 파리목숨과도 같아서 높은 일당을 위해 불법취업을 하고서도 도망치기 일쑤고, 그마저도 쉽게 생기지 않는일입니다. 한번은 하수도 공사에 투입되어 일을하다 경찰에게 발각되면서 현장에서 체포, 취조를 당하기도 합니다.
이과정에서 하수도 급물살에 빠진 형사 기타노를 구해주면서 철두와 기타노의 질긴 인연도 시작됩니다. 이후로 철두는 곧장 도쿄생활에 적응하면서 본격적으로 본인이 왜 도쿄에 왔는지 다시 새기게됩니다.
사실 철두는 중국에서부터 연인이었던 슈슈를 찾으러 왔습니다. 일본으로 공부하러 가겠다던 슈슈는 일본으로 간 이후 더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슈슈를 찾아 일본 신주쿠까지 넘어와 산전수전을 겪으며 일하던 철두는 마침내 슈슈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슈슈곁에는 에구치가 있었죠. 신주쿠가 지금도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유흥가로 유명한만큼 야쿠자의 위세도 가장 강한 곳에서 맹위를 떨치던 에구치는 가부키초를 포함한 신주쿠일대를 삼분한 삼화회의 2인자 였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자신을 챙겨주던 고향동생 '제'가 빠칭코 조작건으로 대만 야쿠자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손목이 잘리는 수모를 겪습니다. 복수를 위해 찾아간 철두는 에구치를 죽이려던 대만 야쿠자 보스로부터 구하고, 에구치와의 연을 맺습니다.
곧, 에구치와 손을 잡은 철두는 삼화회 두목와 다른 요인들을 제거하고 에구치를 삼화회 두목으로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불법체류신분도 정식 일본인으로 보장받고, 가부키초 영역 자치권을 받으며 재팬드림을 성공한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곧 가족같고 형제같이 지냈던 철두의 동포들은 성공에 도취되어 갑니다. 특히 '제'는 다들 웃을 때 혼자만 웃을 수 없었습니다. 모두 하나씩 이뤄가는데, 본인에게 남은것은 집단린치에서 생긴 양 볼의 상처와 잘린 손목 뿐이었으니까요.
철두는 이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으니 더이상 야쿠자와의 깊은 관계를 지양하라고 일러두지만, 철두의 형제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흥가를 관리하면서 마약에 손대고 인근 다른 야쿠자들에게까지 침범하며 심기를 건드립니다. '제'가 에구치와 손을 잡고 벌인 일들이죠.
철두와 형제들의 말로는 모두 죽음과 파멸로 끝납니다. 경찰과 다른 삼화회 야쿠자들에 의해서.
2009년 개봉한 신주쿠 사건은 성룡이 간만에 출연한 정극입니다. 90년대 재팬드림을 꿈꾸며 이주한 중국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얼핏 보이는 그림들이 모두 익숙한 것은 굳이 성룡의 영화가 아니다하더라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불법이주민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밀입국, 유흥가 풍경, 마약, 칼부림 등 어느 외국인 이주지역마다 보이는 거친 시행착오, 적응의 과정들입니다. 90년대 당시의 일본 도심 풍경을 구경하기에 좋은 영화이긴 했지만, 너무나도 뻔했던 이야기들이라서 반전없이 흘러가는 익숙함에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룡의 흔치 않은 정극이기에 진지한 연기를 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생소하면서도 색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떠나온 한 중국인의 일본 정착기, 그리고 연대와 배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성룡의 '신주쿠 사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