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리뷰/드라마 리뷰

나의 아저씨 명대사로 정주행하기 [1화]

글쓰는 워커비 2020. 12. 26. 10:00

 

 며칠전 나의 아저씨를 정주행하고 나서, 돌이켜보니 이 드라마의 백미는 순간순간 파고드는 날카로운 대사 한마디더라구요. 그래서 나의 아저씨 16화를 다시보면서 명대사로 다시 정주행하려고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향같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입니다.(미리 밝혀두지만 스포는 당연히 있습니다.)

#1

 

 드라마의 시작은 대기업 삼안E&C의 작은 사무실 한켠에서 벌어집니다. 사무실에 작은 벌레가 들어와 소란이 일어나고 다들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는 와중에 주인공 이지안(배우 이지은)은 맨손으로 벌레를 잡죠. 사무실 남직원들이 멋쩍게 웃으며 돌아서서 서로 어떤 동물까지 죽여봤는지 으스댑니다. 

 

 주인공 박동훈(배우 이선균)은 돼지까지 잡아봤다고 하자, 부하 직원들이 묻습니다. 돼지까지 잡은 사람이 벌레는 왜 못잡냐고. 

 

마음에 걸리는게 없으면 뭘 죽여도 문제 없어,
근데, 마음에 걸리면 벌레만 죽여도 탈나

 

ⓒ TVN 드라마 채널 'D라마'

 

 돼지는 마음에 안걸렸나는 물음에 어릴때라 그런것도 모를 때라고 대답하죠. 이후 설명하겠지만, 누군가를 죽이는 것, 하물며 동물을 죽이는 일에도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면 주저하게 되는 것이 순리지만, 또 마음에 걸리는게 없다면 사람을 죽여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동훈의 이야기는 극의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암시합니다. 

 

#2

 

 동훈의 형 상훈(배우 박호산)은 곧 장성한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동훈의 삼형제중 맏형인 호산은 직장도 은퇴하고 사업도 몇번 말아먹어 부인과도 별거하여 살고 있습니다. 무직인 형을 대신해 동훈은 형과 동생을 데리고 형 상훈의 정장을 맞춰주러 왔습니다.

 

 혼주인 상훈과 이야기를 나누다 셋째 기훈(배우 송새벽)이 전화로 자리를 비우자, 동훈은 상훈의 주머니에 용돈을 찔러줍니다. 별거중이지만, 혼주인 형의 자존심을 챙겨주겠다고 용돈을 찔러줍니다. 볼일을 마치고 가게앞에 나와 안전진단 통과를 한 아파트를 바라보며 형은 동훈에게 얼마나 튼튼하게 지었길래 저렇게 안전하냐고 너스레를 떱니다. 

 

 구조기술사인 동훈은 안전해서 안전진단을 통과한게 아니라, 안전하지 않다고 D등급을 받아서 재건축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들 경축 플래카드를 단 것이라고 설명해주고.

 

진짜 어메이징 코리아다
안전하지 않다고 판정난걸, 경축이라고?

 

ⓒ TVN 드라마 채널 'D라마'

 

 상훈은 재밌다고 기함을 합니다. 어째 세상이 기가 찰 노릇이죠. 살고 있는 집이 안전하지 않은데도 아파트 주민 모두가 기쁘다고 경축 현수막을걸고, 구조기술사인 동훈은 안전진단을 D로 받게 하였으니 돈을 법니다.

 

#3

 

 상훈의 딸 결혼식을 마치고, 모인 삼형제. 상훈은 결혼식에 22년이나 다진 전 직장 동료가 둘 밖에 오지 않았다고 한탄합니다. 동훈에게 꼭 회사에 붙어있으라고, 그래야 어머니 장례식때라도 사람들 많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변요순(배우 고두심)은 방문을 박차고 나오며, 장례식 언제인지 꼭 알려달라고 눈치없이 날짜 안넘기게 알려달라고 소리칩니다. 머쓱해진 삼형제는 술잔을 주고 받으며 삼형제를 위로합니다. 막내 기훈은 그 중에서도 동훈이 제일 불쌍하다고 하죠.

 

난 이상하게 옛날부터 둘째 형이 제일 불쌍하더라..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항상 양심쪽으로 확, 기울어 사는 인간
...제일 불쌍해

 

ⓒ TVN 드라마 채널 'D라마'

 

 항상 할말을 삼키고 사는 것같은 동훈. 그런 형을 바라보면,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사는 자신이나, 하고 싶은 일 다 저지르고 보는 상훈이 덜 불쌍한 것 같습니다. 동훈은 자신이 진정 양심에 기울어 있는 것인지 자조섞인 웃음으로 고개를 떨굽니다.

 

#4

 

 동훈은 미상의 누군가로부터 5천만원의 뇌물이 담긴 봉투를 받았습니다. 지안은 이를 눈치채고, 그동안 시달리고 있던 사채업자 광일(배우 장기용)에게 갚기 위해 동훈을 따돌리고자 밥을 먹자고 제안합니다. 동훈은 얼떨결에 지안을 따라 나서고, 밥을 먹고 서둘러 회사로 돌아가려는 동훈에게 술도 사달라고 합니다.

 

  둘이 나란히 바에 앉아 술을 먹고 있는데 동훈의 시선이 지안의 발로 향합니다. 며칠전 지하철에서 봤던 그대로 지안은 짧은 양말을 신고 있습니다. 안쓰러워 동정심이 들었던 동훈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터뜨리듯 묻습니다.

 

춥지 않나..? 발...
긴 양말 없어?

 

ⓒ TVN 드라마 채널 'D라마'

 

 지안에게는 어쩌면 숨기고 싶은 모습을 들킨것같아 부끄럽습니다. 강하게 밀어내왔는데, 인생에서 자꾸 들어오는 사람들, 하지만 이렇게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들이 머지않아 떠났음을 기억하여 다시 밀어냅니다. 동훈의 첫 배려, 친절은 지안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